“유난 떠는 게 아니에요” 5명 중 1명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 극복의 열쇠는?

반려동물의 시간은 우리보다 7배나 빠르게 흐릅니다. 20년 남짓한 생애를 뒤로하고 아이들이 떠날 때,
우리는 ‘반려생활의 예정된 수순’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결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최근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는 우리가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슬픈 속마음을 데이터로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1. 관계를 부정당하는 아픔, “나만 유난인가요?”
펫로스를 경험한 반려인의 83.2%가 극심한 우울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공감받지 못하는 외로움’입니다.
심층면접(FGD)에 참여한 이들은 “강아지를 안 키우는 사람에겐 이해 안 될 일이고,
키우는 사람조차 때론 유난 떤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고 토로합니다. 서
울대 주설아 박사는 이를 ‘관계 자체를 부정당하는 슬픔’이라 정의합니다.
부모와의 사별은 보편적 위로를 받지만,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고작 동물 한 마리’로 치부될 때 더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지게 됩니다.

2. 1년 넘게 지속되는 눈물, ‘펫로스 증후군’의 실체
의학적으로 사별 후 12개월 이상 일상이 어려울 정도의 슬픔이 지속되면 ‘지속성 애도장애’로 봅니다.
놀랍게도 펫로스 경험자 5명 중 1명(19.4%)이 1년이 넘도록 이 고통 속에 머뭅니다.
가장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죄책감(71.5%)’입니다.
> “더 잘해줄 걸”, “그때 그 병원에 갔더라면…”
무기력함과 공황장애 같은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되는 이 상태는
단순한 슬픔이 아닌,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심리적 상태입니다.
3. 후회와 자책을 넘어 ‘다시 사랑할 용기’까지
그렇다면 이 깊은 슬픔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보고서에 나타난 해법은 의외로 담백합니다.
충분한 애도 기간(53.6%):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충분히 울고 추억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변의 공감과 위로(42.4%): “고생했어”, “네 마음 알아”라는 한마디가 전문 치료보다 큰 힘이 됩니다.
새로운 인연(33.0%): 다시는 못 키울 것 같았지만, 유기견 봉사나 새로운 입양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는 사례도 많습니다.
반려마루 여주의 박현종 센터장은 임시보호와 봉사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고 조언합니다.
4. 전문가의 도움, ‘반반’의 망설임
아직 전문가 상담에 대해서는 64.5%가 ‘반반’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하지만 펫로스 상담 전문가 양성 등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내 슬픔이 ‘비정상’이 아님을 인정받는 곳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 펫로스를 겪고 있는 당신에게 드리는 글
지금 숨 쉬기조차 힘들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의 슬픔은 결코 ‘유난’이 아닙니다. 아이는 당신의 자책보다,
당신과 함께 행복했던 20년의 기억을 안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는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습니다. 시간이라는 약과 주변의
따뜻한 공감이 당신을 다시 빛으로 안내할 때까지요.
—










